성공 스토리보다는 실패담, 한번 망해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솔깃하죠. 구약성경의 역사서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역사서는 한마디로, "도대체 우리가 왜 망했을까?"라는 신앙적 자아성찰의 이야기(신명기계 역사서)와,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과거 다윗시대의 영광을 다시 회복해보자!"라는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역대기계 역사서)가 담긴 책들입니다. 이번 영상은 구약성경 역사서의 종류와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본 뒤, 특히 역사서의 초반부인 가나안땅 진입 과정의 이야기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하, "가톨릭 주석 성경"에서 발췌
https://bible.cbck.or.kr/Knbnotes/Intro/2200
- 신명기계 역사서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총5단계)
신명기계 역사서의 편집자들은 신명기의 사상을 토대로 그들의 작품을 다섯 단계로 나누었다. 첫 단계는 여호수아의 영도로 이루어진 가나안 땅의 정복 시기이다. 여호수아기가 이 단계를 다루고 있다. 둘째 단계는 강력한 지도력이 결핍되었던 판관 시대이다. 이 단계는 판관기와 사무엘기 상권이 다룬다. 셋째 단계는 다윗 임금 시대로서,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복이 최고조에 이른 단계이다. 사무엘기 하권 대부분이 이 단계를 다루고 있다. 넷째 단계는 솔로몬에서 시작하여 왕국의 분열을 거쳐 기원전 587년에 예루살렘이 멸망할 때까지이고, 마지막 다섯째 단계는 유배이다. 열왕기 상·하권이 이 넷째와 다섯째 단계를 다룬다. 신명기계 편집자들은 이 다섯 단계로 이스라엘의 번영과 쇠퇴를 동시에 알려 주고자 한다.
1) 첫째 단계: 이 단계는 이스라엘에게 영광과 자랑을 안겨 준 위대한 시기였다. 여호수아의 영도 아래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을 차지하고, 이미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압도한다. 이 모든 일은 주님께서 내리신 복으로 해석되었으며,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이 오로지 그들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순종하고 그분께 충실할 때에만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점이 거듭 강조된다. 이 사실이 여호 1장에서 분명히 밝혀지며, 신명기계 역사가들이 첨가한 22─24장에서 재차 강조된다. 여호수아기는 승리한 전쟁 기사뿐 아니라 하느님의 도우심을 상징하는 계약 궤의 역할(3장과 6장), 길갈 같은 성소의 중요성(4─5장), 전리품을 훔친 아칸을 처벌하는 경고성의 일화(7장) 등도 작품의 소재로 삼아 신명기계 신학을 설명한다. 22─24장에 들어 있는 여호수아의 고별사는 신명기계 메시지의 백미다. 주님께서 지으라고 명령하신 곳 외에서는 어떠한 제단도 허용되지 않으며(여호 22 = 신명 12) 백성은 마음을 다하여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여호 23─24 = 신명 4─11). 여호수아가 죽기 전에 남긴 이 마지막 연설은 신명기에서 모세가 남긴 유언에 필적한다.
2) 둘째 단계: 여호수아기의 대부분이 축복과 순종의 시기를 반영한다면, 둘째 단계는 이스라엘의 다음 세대가 보여 주는 반역과 불순종의 정신을 고발한다. 판관기는 가나안 땅의 점령에 대하여 여호수아기와는 다른 관점을 보여 준다. 여호수아기가 적을 이기는 데에서 하느님의 도우심을 강조하는 반면, 판관기는 오랫동안의 정착 과정, 지역적으로 일어나는 반란, 많은 곤경을 거쳐 이스라엘이 점차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신명기계 역사가들은 정착 과정에 대하여 서로 다른 두 관점을 갖고 묘사하는 데에서 아무런 모순도 느끼지 않았다. 독자들은 여호수아기와 판관기를 비교함으로써 서로 다른 세대들이 계약에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알 수 있다. 판관기가 들려주는 영웅들의 놀라운 모험담은 이스라엘이 얼마나 자주 죄를 지었고 하느님께서 어떻게 그들을 구원해 주셨는지를 설명하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죄 - 벌 - 하소연 - 판관의 등장 - 승리와 평화’라는 도식이 되풀이되면서, 신명기의 경고 내용이 분명히 그려진다. 사무엘은 둘째 단계에 등장한 마지막이자 가장 위대한 판관으로서 임금을 세워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게 된다. 그렇지만 신명기계 역사가들은 사무엘을 통하여 마지막 경고를 던진다. “그러나 여러분이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주님의 명령을 거역하면, 주님의 손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임금을 치실 것이오”(1사무 12,15).
3) 셋째 단계: 다윗 임금의 시대는 계약에 가장 충실했던 때이며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땅에 더없이 큰 복을 내리신 시기이다. 신명기계 역사가들은 이미 그 전에 쓰였던 다윗 임금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들을 손에 넣고 있었다. 이 이야기에는 왕위를 두고 다윗이 사울과 벌인 싸움(1사무 13─31), 다윗의 아들들이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벌인 투쟁(2사무 9─1열왕 2) 등도 포함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전해져 오던 이 이야기들은 하느님께서 어떻게 다윗을 지켜 주셨으며, 사울과 다윗의 아들들의 도전으로부터 어떻게 그를 보호해 주셨는지를 보여 준다. 신명기계는 하느님께서 다윗 집안에 영원한 왕좌를 약속하시는 내용을 담은 다윗과의 계약을 이 이야기들의 중심에 두고 있다(2사무 7). 동시에 이 계약은 모세와의 계약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가시적인 임금들의 통치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보살피신다는 표시라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다윗과 그를 잇는 임금들에 대한 큰 기대가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신명기계는 임금들이 악을 행하면 하느님께서 벌을 내리시리라 경고하고(2사무 7,14), 다윗이 죽은 뒤에 만일 임금들이 하느님에게서 돌아설 경우, 다윗과 맺으신 계약을 취소하실 수도 있다고 선언한다(1열왕 9,6-7).
4) 넷째 단계: 이 단계에서 신명기계는 임금들의 재위 기간 동안에 일어났던 중요한 사건들을 기록한 문헌들을 손에 넣고 있었다. 그들은 임금들이 이룬 정치적 업적에 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에 임금들이 계약에 얼마나 충실하고 거짓된 예배를 피하였는지를 상세하게 묘사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북 왕국(이스라엘) 임금들은 모두 악하고, 남 왕국(유다) 임금들 가운데에서도 아사, 히즈키야, 그리고 요시야 임금만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이 세 임금은 모두 “자기 조상 다윗의 길을 따라 걸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임금들이 다스리던 시대의 역사는 백성들이 우상 숭배를 멀리하도록 하느님께서 거듭 보내신 예언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위대한 예언자는 두말할 필요 없이 바알 신 숭배에 맞서 승리한 엘리야이다. 따라서 신명기계가 묘사하는 이 넷째 단계의 특징은 ‘하느님 말씀의 승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언자들이 말하는 것은 그것이 경고든 약속든 하느님께서 반드시 이루어 주신다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결코 헛되지 않다. 예언자들을 통하여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이 반드시 성취된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는 예들은 대단히 많다. 예를 들어 1열왕 11,29-32와 1열왕 12,15; 1열왕 13,3과 2열왕 23,16-18; 1열왕 14,6-11과 1열왕 15,29; 1열왕 14,12-13과 1열왕 14,17-18; 2열왕 1,6.16과 2열왕 1,17; 2열왕 10,30과 2열왕 15,12; 2열왕 21,10-12와 2열왕 24,3; 2열왕 22,20과 2열왕 23,30 등이다.
다섯째 단계: 열왕기 하권은 예루살렘이 멸망한 과정을 일어난 그대로 묘사한다. 나라의 멸망이 닥쳐오고 있는데도 백성들의 악행이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지기만 한다. 다윗 임금의 후계자들 가운데에서 가장 위대하고 하느님께 충실했던 요시야 임금의 개혁도 백성들이 자초한 하느님의 심판을 피하게 할 수는 없었다(2열왕 23,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