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향한 세 가지 성찰, 교황 프란치스코의 권고에 동참하는 '주님을 위한 24시간', 사순 및 대림시기 고해성사(판공성사)를 위한 참회기도 묵상글, 참회예절 기도문 #기도 #묵상 #천주교서울대교구사목국
교회는 매년 사순 4주일을 앞둔 금요일과 토요일에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주관하는 ‘주님을 위한 24시간’을 거행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올해도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신자들에게 ‘주님을 위한 24시간’에 참여할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다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공 집회가 금지된 지역에서는 기도를 통해 영적 일치를 이루길 호소하셨습니다.
이에 서울대교구 사목국에서는 비록 미사와 고해성사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온 교회와 영적으로 일치하여 개인 기도를 통해 참회의 시기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사순시기 참회영상 “하느님을 향한 세 가지 성찰”을 마련하였습니다.
영상과 함께 잠시라도 하느님과 이웃,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를 성찰하여 하느님의 자비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시길 빕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라고 말씀하신 교황님의 뜻과 합하여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00:00 하느님을 향한 세 가지 성찰
00:57 첫 번째 성찰 - 하느님과 나
02:55 두 번째 성찰 - 타인과 나
05:44 세 번째 성찰 - 나와 나
08:21 하느님을 향한 고백
[하느님을 향한 세 가지 성찰]
나는 압니다.
당신 앞에, 가족과 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죄인이라는 것을.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만큼이나 저지르는 잘못도 반복됩니다.
그래서 그것이 잘못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무뎌져 버리곤 합니다.
때로는 내가 뭘 얼마나 큰 죄를 지었냐고 따지듯 묻기도 하고
무슨 죄를 성찰하고 고백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지금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조용히 떠올리면서
나의 구김 서린 마음을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첫 번째 성찰 "하느님과 나"
처음 세례를 받았을 때 기뻤습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기뻐해야 했습니다.
나를 위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기도를 어렴풋이 알았기에
아직 뭐가 뭔지 잘 몰라도 기뻐해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느님을 잘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신자로서의 의무 때문에 주일 미사를 봉헌했고
때마다 판공성사는 안 빠지고 봤지만,
아니 솔직히 그것조차 안 했을 때가 많았지만 큰 잘못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괜찮은 걸까?’ 하며 걱정되긴 했지만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았기에 한 번, 두 번 넘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하느님에 대한 원망은 커졌습니다.
더 나아지지 않는 내 상황에 대한 불만들,
비록 청원기도 밖에 안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음에서 오는 회의감들.
그렇게 조금씩 삐걱거리는 내 삶의 모든 것을 하느님 탓으로 돌렸습니다.
하느님과 그렇게 멀어져 갔습니다.
최소한의 의무와 책임만 남았을 뿐
하느님과 나 사이에 사랑은 자리할 곳이 사라졌습니다.
마치 관계가 소원해진 아버지와 한 집에 머물러 있듯이
함께 하면서도 함께 하지 않은 어색한 관계만 남았습니다.
두 번째 성찰 "타인과 나"
가족과 이웃에게 좋은 사람이고자 했습니다.
이들에게 친절하려 애썼고 마음을 나누려 노력했습니다.
하느님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아서 뭔가를 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들은 내 곁에 함께 하기에 잘해주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나의 호의를 권리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보며 점점 지쳐갔습니다.
적어도 이웃 사랑 만큼은 예수님 가르침대로 해보려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만 이용되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나만 바보같이 사는 것 같아서
어느새 사랑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내 사랑은 점점 계산적으로 변했습니다.
나에게 현실적인 이익이 되면 이익이 되는 만큼만 사랑했고
그렇지 않으면 않은 만큼 마음을 거두었습니다.
나를 좋아해 주고 사랑해주는 사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그들 안에서만 사랑을 주고받으며 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계속된 긴장 가득한 사랑 때문인지 몰라도
집에 들어오면 내 사랑은 어느새 권리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내가 해야 할 사랑보다 받아야 할 사랑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밖에서 입은 손실을 보상받으려는 듯이 사랑의 권리를 갈구했고
이는 날카로움으로 꽂혔습니다.
나의 사랑의 권리를 채워주지 않는 배우자, 부모, 자녀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고 짜증스러웠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들도 나와 같을 텐데
가정에서만큼은 나처럼 사랑받고 싶고 권리를 누리고 싶을 텐데
그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헤아려보지는 않았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졌던
폭력이었습니다.
세 번째 성찰 "나와 나"
의무와 책임. 내 어깨에 짊어진 십자가입니다.
열심히 살아야만 했습니다.
나에게 맡겨진 직무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나에게 맡겨진 이들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솔직히 지치고 힘들었던 적도 많았지만
의지의 나약함이라고 스스로를 책망했습니다.
열심히 살 수만 있다면 그게 잘하는 거라고 여겼습니다.
나를 돌아보는 것, 나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 나를 사랑하는 것은
과분한 사치였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할수록 나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내 가족이 잘 될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을 거라 여겼습니다.
나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당연한 희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사라져버린 지금
사랑받지 않은 채 열심히만 달려온 지금
그 사랑을 확인받기 위해 집착하는 나를 보게 됩니다.
사랑하려고 시작했는데 그거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사랑받지 않고서는 그 무엇도 사랑할 수 없음을 보게 됩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하듯이 나에게도 넉넉한 여유를 주고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 것이
사치가 아닐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나는 사랑받아야만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사랑받아야 만이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사랑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 그 어떤 것보다도 더
나는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제 우리는 하느님을 향한 고백을 시작합니다.
하느님과의 화해,
타인과의 화해,
나와의 화해를 결심합니다.
“나는 내 죄를 알고 있사오며, 내 죄 항상 내 앞에 있삽나이다.
내 죄에서 당신 얼굴을 돌이키시고, 내 모든 허물을 없애주소서.” (시편 51)
※ BGM
- "Arms of Heaven" (Aakash Gandhi, YouTube Audio Library)
- "Frozen in Love" (Aakash Gandhi, YouTube Audio Library)
- "Sea of Memory" (Aakash Gandhi, YouTube Audio Library)
※ 참고자료
- 램브란트 성화 “되찾은 아들” (Rembrandt, 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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