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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김대건신부님의마지막옥중편지 #은이성지 #미리내성지 #서귀복자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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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썸네일 * 생명의 샘 *
구독자: 5340  조회수: 800회  유튜브등록일: 2021-08-12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마지막 옥중편지

우리 벗이여, 생각하고 생각해 봅시다.
 하느님께서 아득한 태초로부터 천지만물을 지어 제 자리에 놓으시고, 그 중에 사람을 당신 모상과 같이 내어 세상에 두신 목적과 뜻을 생각해 봅시다. 온갖 세상일을 생각하면 가련하고 슬픈 일이 많습니다. 이같이 험하고 가련한 세상에 한번 태어나서 우리를 내신 임자를 알지 못하면 태어난 보람이 없고, 살아있더라도 쓸데없습니다. 비록 주님 은총으로 세상에 태어나고 영세 입교해 그분의 제자 되니, 주님의 제자라는 이름도 귀하지만 실행이 없다면 그 이름을 무엇에 쓰겠습니까? 세상에 나서 입교한 효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주님을 배반하고 그 은혜를 거스르는 것입니다. 주님 은혜만 입고 그분께 죄를 짓는다면 어찌 태어나지 않은 것만 같겠습니까?

  씨를 뿌리는 농부를 보건대, 때맞춰 밭을 갈고 거름을 주며 더위에 그 고생도 아랑곳 않고 가꿉니다. 거둘 때에 이르러서 곡식이 잘 되면 땀흘린 수고를 잊고 즐기며 기뻐합니다. 거둘 때 빈 껍질만 있다면 주인은 땀 흘린 수고를 생각하고 오히려 그 밭을 박대할 것입니다. 이같이 주님께서는 땅으로 밭을 삼고 우리 사람을 벼로 삼으시고, 강생구속하신 피로 우리에게 물 주시어 자라고 영글도록 하셨습니다. 마침내 심판날에 거두기에 이르러, 주님의 은혜를 받아 좋은 결실을 보았으면 주님의 의로운 자녀로서 천국을 누릴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영글지 못했으면 주님의 의로운 자녀라 하더라도 영원히 벌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 주 예수께서는 세상에 내려와 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운 데로부터 거룩한 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게 하셨습니다. 그러니 세상 풍속이 아무리 치받고 싸운다 한들 교회를 감히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예수 승천 후 사도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회는 두루 무수한 박해와 힘들고 어려운 중에 자라왔습니다.

  우리 조선에 교회가 들어온 지 5,60년동안 여러 번 박해가 일어나 교우들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오늘날 박해가 불길같이 일어나 여러 교우들과 내가 잡히고 아울러 여러분까지 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한 몸이 되어 애통한 마음이 어찌 없겠으며, 사사로운 정 때문에 차마 이별하기에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성경에 말씀하시되 작은 털끝이라도 주님께서 돌보신다 했고, 모르심 없이 돌보신다 하셨습니다.

   주님의 거룩한 뜻을 따르며 온갖 마음으로 천주 성자 예수 그리스도 대장의 편에 서서 이미 항복받은 세속의 마귀를 공격합시다. 어쩔 줄을 모르는 이런 시절을 당해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해서 마치 용맹한 군사가 무기를 갖추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이 우리도 싸워 이겨냅시다.

  부디 서로 우애를 잊지 말고 도우면서 주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환난을 거두시기까지 기다립시다. 혹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해서 주님의 영광을 위하고, 조심을 배로 더해 갑시다. 여기 감옥에 있는 20인은 아직 주님의 은총으로 잘 지내고 있으니 설혹 죽은 후라도 여러분은 그 사람들의 가족을 부디 잊지 말아주십시오.

  마음으로 사랑해서 잊지 못할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이런 어려운 시절을 만나 부디 마음을 헛되게 먹지 말고 밤낮으로 주님의 도우심을 빌어, 마귀와 세속과 육신의 3구(三仇)에 맞서서 박해를 참아받으며, 주님의 영광을 위하고 그대들의 영혼을 위한 큰일을 경영하십시오. 이런 박해 때에는 주님의 시험을 보게 됩니다. 세속과 마귀를 물리쳐서 덕행과 공로를 크게 세울 때입니다. 부디 환난에 눌려 항복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받들고 영혼을 구하는 일에서 뒷걸음치지 마십시오. 오히려 지난 날 성인성녀들의 자취를 살펴 이를 본받고 실행하여 우리 교회의 영광을 더하십시오. 하느님의 착실한 군사이며 의로운 아들임을 증거하십시오. 여러분의 몸은 비록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나가고 돌보며 불쌍히 여기십시오.

  할 말은 끝없지만, 있는 곳이 타당치 못해 더 적지 못합니다. 모든 교우들은 천국에서 만나 영원한 삶 누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내 입을 여러분의 입에 대어 사랑으로 입맞춥니다.
                                                              1847년 8월말 부감목 김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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