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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
히브 5,7-9; 요한 19,25-27 /
강론원고(전문)
칼에 꿰찔리는 성모 영혼(루카 2,35)
어제의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은 예수님의 죽음을 묵상한 날이었고, 오늘은 아들의 고통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어머니 마리아의 고통을 묵상하는 날입니다. 태어난 지 여드렛 날에 아기 예수를 성전에 데리고 갔을 때, 성모 마리아께서는 노예언자 시메온으로부터 축복과 함께 다가올 고통을 미리 예고받으셨습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34-35).
십자가의 내면이 천국이고 그 본질이 부활이라 하더라도, 아픔은 아픔이요 슬픔은 슬픔입니다. 천국의 내면과 부활의 본질이 십자가의 아픔과 슬픔을 없애주지는 못합니다. 일단 몸이 견디기 어렵습니다. 쇳조각이 달린 가죽 채찍에 휘둘리는 몸뚱아리에서는 살점이 묻어나고, 가시나무로 만든 관으로 씌워진 머리에서는 피가 철철 흐릅니다. 십자나무에 대못으로 박힌 두 손과 발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나오는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머리의 무게가 가슴을 짓눌러서 숨쉬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십자가형은 호흡곤란의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게 만드는 가혹한 형벌이었습니다.
또한 마음도 몸 못지않게 힘듭니다. 가족처럼 지내던 제자들은 막내 요한 빼고는 죄다 도망쳤습니다. 평소에 그토록 쫓아다니던 군중은 임금으로 모시겠다던 말은 온데 간데 없이 비아냥거리는 구경꾼이 되어 버렸습니다. 기회만 있으면 트집을 잡던 바리사이들은 살인을 교사한 악마로 변해 있었습니다.
아들이 겪는 이러한 몸과 마음의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보시던 어머니 마리아의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영혼까지 칼에 꿰찔리는 아픔이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숨을 거두시기 전에 마침 지켜보던 요한에게 어머니를 맡겼습니다. 마지막 효도였습니다. 모자 모두를 휘감은 이 모진 고통을 견디어 낼 수 있었던 힘은 하느님의 자비였습니다, 천국과 부활을 약속하신 하느님의 자비.
참수 형장으로 끌려 가던 우리 신앙 선조들이 고문을 받아 만신창이가 된 몸에 귀에는 화살을 꽂아 피가 흐르는 가운데에서도 만면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신체적 고통을 넉근이 참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진통효과를 지닌 다이놀핀이 나와서라고 합니다. 엔돌핀의 300배 효과를 지닌 이 다이놀핀은 진리나 하느님 같은 실체에 접촉했을 때에만 나오는 자연 진통제라고 하지요.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마지막 순간에 “예수,마리아, 요셉!”을 외치며 숨져갔나 봅니다. 천국이 고통을 이기고 부활이 죽음을 이긴다는 진리를 우리 신앙 선조들이 입증해 보이셨기에,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과 함께 성모 마리아의 고통도 묵상합니다. 이 모자의 고통을 묵상하며, 우리도 예수님과 성모님을 본받아 세상에서 천국을 살기 위해 행하는 모든 거룩함과 죽기 전에 부활하기 위해 행하는 의로움에 뒤따를 모든 고통을 각오하기를 다짐합니다. 또한 그 고통을 이겨낼 힘을 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청합니다. 이것이 성모 통고를 묵상하는 신심입니다.
강론 신부 소개
이기우신부-1988년 서울대교구에서 사제로 서품.
명동본당 보좌(1988-1991),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위원장(1991-2006), 해외연수(2006-2010), 신내동 본당(2010-2014) 주임, 중앙보훈병원 원목(2016) 등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에 파견되어 거주사제로 지냄(2017~현재).
다음 사이트에 카페 '협동조합 가톨릭 사회교리 연구소 'http://cafe.daum.net/coop-csti 운영 중.
'믿나이다', '행복하여라', '서로 사랑하여라' 등 가톨릭 교리 해설서, '세상의 빛'(가톨릭 사회교리 해설서), '예수는 누구인가'(마르코 복음의 주해와 묵상), '교회는 누구인가'(마태오 복음 주해 및 묵상), '복음화'(루카 복음 주해와 묵상) 등 복음서의 주해와 묵상서 출판.
현재 '영원한 생명의 파스카'(요한 복음 주해 및 묵상서) 집필 중.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졸업, 가톨릭 신학대학 대학원 졸업, 조직신학 석사(교회론 전공), 박사과정 수료(사회교리 전공). 파리 가톨릭대학 신학 연수.
협동조합 가톨릭 사회교리연구소
http://cafe.daum.net/coop-csti
가톨릭신문 기사
https://m.catholictimes.org/mobile/article_view.php?aid=30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