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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세상 보기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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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썸네일 BJBS 가톨릭 복자방송
구독자: 16100  조회수: 751회  유튜브등록일: 2020-12-29
마음으로 세상 보기 3화 입니다.
1화 2화 후에 보내주신 소중한 의견들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소중한 댓글 잘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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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는 여정은 늘 길었다.
(참고로, 난 늘 할머니 댁이라 했다. 할아버지보다 할머니가 더 좋았었다. )

명절에는 왜인지 모르지만 우리 아버지는 입석표를 사서 기차를 타고 시골에 가곤 했다.
새마을호의 입석이라… 지금은 상상이 되지도 않는다.
마지막 좌석의 뒤, 빈 곳이나 좌석과 좌석 사이는 늘 체구가 작은 동생과 내가 차치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꾸벅 꾸벅, 오래….. 졸아도 시골의 할머니 댁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잠도 다 자고 사람 구경, 장난도 다 치고… 최후의 진미오징어까지 사먹고 나면..
동생과 나는… 늘 이렇게 물었다.

« 엄마, 우리 언제 도착해 ? »
« 엄마, 아직 멀었어 ? »

5시간..6시간이 지옥만 같았다. 지금 기억에 엄마 아빠도 힘들었을 텐데 힘들다는 소리를 듣지 못 했던 거 같다. 내 머릿 속엔 온통 « 대체 이렇게 힘들게 오는 거야. 휴… » 이런 생각으로 가득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멀리 사는 내겐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
여정의 고됨보다 즐거운 기다림이 되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의 엄마, 아빠도 엄마 아빠를 보러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딸로 아들로 돌아가는 시간의 기차를 타고 있는 것이었을 것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기 전, 눈에 눈물 가득한 엄마의 모습이 기억나는 걸 보면 확실하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걸까…
난 아직까지도 기차 탈 때 마음으로 준비한다.
반가울 것이고 눈물로 글썽 글썽할 것이라고..
다시 그 기차를 탈 거라고..


에피소드 2

추억 속으로

기차를 처음 탔던 순간이 기억난다. 목포행 통일호 열차였다. 저녁에 타 다음날 새벽 목포에 도착하는 열차에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와 큰 누나, 작은 누나와 함께 겨울 방학을 맞아 목포 큰이모 집으로 가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큰 누나에게 우리를 맡기고, 부산역에서 발길을 돌리셨다.... 기차 칸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쾨쾨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처음 맡아보는 수상한 냄새에 속이 조금 매스꺼워졌다. 그런데 좌석 옆 발을 올릴 수 있는 히터가 따뜻했다. 기차가 달리는데 기차 안이 점점 뜨거워졌다. 사람들의 시끄러운 말소리에서 나오는 공기가 히터의 열기와 만나 달리던 기차 안은 점점 뜨거워져 쾨쾨한 냄새는 더 짙어졌다. 반복적으로 덜크덩 덜크덩 거리는 기차의 움직임은 내 속을 더 불편하게 했다. 참다 참다 결국 비닐봉지를 급하게 달라고 하여 속에 있던 것을 게워내었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 있는데 방송이 들려왔다. ‘다음 역은 순천, 순천, 순천역에서 10분간 정차합니다.’ 기차의 속도가 점점 줄 더니 철커덩 철커덩 소리를 내고 멈췄다. 그리고 기차의 문을 열었다. 10분 쉰다는 말에 안심하고 기차 밖으로 뛰었다. 순간 코끝에 매서운 겨울바람이 스쳐 가는데, 너무나 상쾌했다. 춥다는 생각보다 기차 내에서 느낄 수 없던 신선함이 가득했고, 아~ 살았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기차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추워졌다. 그리고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기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차 안 복도를 지나가던 판매원 아저씨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열차 칸 문이 열리고 미니 자판대를 수레에 실어 밀고 아저씨가 들어온다. 이미 큰누나를 조르고 조른 터라, 아저씨가 옆에 오기만 하면 되었다. 사이다와 계란을 샀다. 기차 안, 쾨쾨한 냄새 속에서 마셨던 사이다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기차 안이 고요해졌다. 그렇게 밤새워 달렸다. 누나가 흔들어 깨워 눈을 떠보니 아주 짙은 새벽 목포역에 기차는 도착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목포역에 첫발을 내딛는데 눈이 정말 허리까지 내려 있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눈 덮인 새벽 거리, 이렇게 나의 첫 기차여행은 끝이 났다.

잠시 멈추고 추억의 한 페이지를 펼쳐보자. 그땐 불편했지만, 지금은 익숙해져 버린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려보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조금은 불편하고 어려웠던 순간들을 지금 다시 돌아보며 ‘그래도 잘 살아왔구나.’ 자신에게 얘기해주자. 그 순간 우리의 추억들은 ‘소중한’이라는 수식어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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