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숙명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생성 소멸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데
서로의 흐르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각자는 모두 이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별은 정말 슬프고 아프기만 한 것일까요?”
이별 때문에 힘겨워하는 분들을 위해
‘이별, 그 로맨틱한 약속’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어린 시절 시골 공소에서 보았던 ‘성 프란치스코’ 영화의
기억을 떠올리며 20여년이 흐른 뒤에 찾은 아시시에서 만난 성인의 발자취...
성녀 글라라와 프란치스코 성인은 귀족집 자제들이었지만
풍족한 삶을 포기하고 그리스도의 청빈을 실제로 산 분들입니다.
그리고 그 두 성인의 이야기에서 역설적이게도 가난은 풍요로움을 낳았고
이별은 아름다운 재회를 희망으로 남겨두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별은 헤어짐, 없어짐, 사라짐이 아니라 로맨틱한 약속인 것이죠!
급성당뇨병으로 5년여의 짧은 수도생활을 마치고
27세로 세상을 떠난 라파엘 아르나이즈 바론(Rafael Arnaiz Baron 1911-1938)수사님.
라파엘 수사님에게는 수도복 한 벌과 묵주
그리고 성무일도가 주어졌을 뿐이었고
수도생활에 서 얻은 것은 병과 고독 너무도 빨리 찾아온 죽음 뿐 이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라파엘 수사님은 불행한 삶을 산 것이죠!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일까요?
라파엘 수사님은 세상의 온갖 풍요로움과 이별했지만
작은 노동들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했습니다.
성당에서 성무일도를 바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노래했고
종국에는 자신의 병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여기며 끌어안았습니다.
라파엘 수사가 중병을 겪어내며 참된 삶의 가치를 찾는 과정은
우리에게 고통과 역경들을 마주하는 따뜻한 자세를 가르쳐줍니다.
또 폐암으로 투병하다 42세의 나이로 하느님께로 돌아간
세실리아 가르멜 수녀님의 아름다운 마지막 모습은
짧지만 맑은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랑했던 연인과의 이별, 행복했던 가족과의 이별,
소중한 공간과 시간과의 이별…
그 모든 것이 우리를 슬픔과 절망의 자락으로 몰아넣는다 해도,
사랑했던 그 사람이 내게 남겨 놓은 사랑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먼 훗날 다시 만나 알아보는 열쇠(표시)가 있는데,
그것은 서로에게 심어주었던 아름다운 추억, 곧 사랑입니다.
현세에서 우리는 기도 안에서 다시 만나며,
후세에서는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입니다!
그래서 이별은 로맨틱한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