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200주년을 맞아 103위 한국순교복자 시성식을 거행하기 위해 방한 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시성식은(Canonizzazione) 교황청,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103위 시성식은 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밖에서 시성식이 거행된 경우입니다.
한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땅에 입맞춤을 하셨던 교황님은
한국 땅이‘거룩한 순교자의 땅’임을 두 번이나 반복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신앙선조들은 선교사에 의한 전교가 아닌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며
천주신앙을 받아들였고, 평신도들에 의해 세워진 한국교회의 순교자들도
대부분 평신도였습니다. 떼르툴리아누스의 말씀처럼 한국 순교자들의 피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6백만명에 가까운 신자수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교회는 성장했습니다.
미국 LA대교구 주교좌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Cathedral of Our Lady of the Angels) 벽면에는‘성인들의 통공’이란 주제로 135명의 가톨릭성인들이 실물크기의 태피스트리 작품으로 그려져있는데 그 중 두 분이 한국성인입니다. 한국 성직자와 평신도를 대표하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정하상 바오로 성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김대건 신부님과 정하상 성인 이 두 분의 사연은 어떠했길래 태평양을 건너 이곳 미국까지 오게 된 것일까요?
순교자의 피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까지 그리스도인의 씨앗이
됩니다.
조선시대 우리 신앙 선조들은 가톨릭 신앙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었습니다.
박해시기에 그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하지만 종국에는 영원한 생명을 열어주는 것 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김대건, 최양업, 최방제 세 명의 소년들은 조선의 불쌍한 신자들을 가슴에 품고, 방인사제의 꿈을 안고 혹독한 한 겨울, 칠흑 같은 밤에, 세상 미물도 꽁꽁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넜습니다. 그들은 숨을 내쉽니다.
오직 입에서 나오는 숨결만이 한 겨울을 채울 뿐 박해의 세상은 혹독했습니다. 그러나 새벽은 그 차디찬 얼음과 검은 밤을 건너서 신앙의 자유와 따뜻한 봄날을 선사했습니다. 그들의 숨결은 지금의 나를 살게 합니다.
그 캄캄한 밤을 건너온 그 숨결은 지금의 제 생명을 흐르게 합니다.
세 명의 소년이 그러했듯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건너기 위해서,
우리는 숨을 내 쉬어야 합니다.
빛과 어둠, 낮과 밤의 경계를 건너기 위해서 우리는 발을 내 딛어야 합니다.
희망의 숨결을 내쉬며 이 힘겹고 어려운 경계를 건너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