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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31/ 로고스 찬가: 달콤 쌉쌀한 알약 되기/ 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전삼용 요셉 신부의 매일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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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35100  조회수: 6390회  유튜브등록일: 2020-12-30
2020년 나해 성탄 팔일 축제 제7일 – 빛의 자녀: 달콤 쌉쌀한 캡슐 약

오늘 복음은 소위 ‘로고스 찬가’라고 하는 요한복음의 1장 1절부터 18절까지의 말씀입니다. ‘로고스’는 ‘말씀’이란 뜻입니다. 말씀은 그리스도이시고, 그 말을 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말씀은 아버지를 드러내시는 분이십니다. 그 말씀이 빛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을 드러내신 분이 요한 세례자입니다. 로고스 찬가는 이렇게 누군가가 누군가를 드러내는 가운데 어떻게 구원이 펼쳐지는지 짧게 보여주는 구원 신비의 요약입니다. 이것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말씀이 빛이 되어 오시다: 말씀은 창조자이시고 당신을 통해 창조된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어둠에 속해 그분을 알아보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습니다. 어둠이 걷히려면 반드시 자신이 어둠이고 주님만이 빛이시다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2. 빛의 증언자가 필요하다: 빛은 발이 없습니다. 누군가 옮겨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빛을 증언하는 운반자가 필요합니다. 어둠은 빛을 거부하기에 빛 자체는 운반자 없이 어둠 속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3. 빛을 받아들이면 빛의 자녀가 된다: 자녀가 됨은 새로 태어남입니다. 새로 태어나려면 은총에 은총을 받아야 합니다. 첫 은총은 뒤 은총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준비 은총입니다. 사랑이 빛임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세례자 요한이 첫 은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은총 덕분으로 참 은총을 받게 됩니다. 이것이 빛입니다.
4. 하느님의 자녀가 되면 하느님을 알게 된다: 부모가 되어야 부모 마음을 아는 것처럼, 하느님처럼 되었을 때 하느님을 알게 됩니다. 빛으로 빛을 봅니다. 빛의 자녀가 되었기 때문에 빛의 본성을 압니다. 빛의 본성은 사랑입니다.
5. 빛의 자녀는 빛의 증언자가 된다: 동물의 자녀는 동물을 낳고, 사람의 자녀는 사람을 낳으며, 빛의 자녀는 빛을 낳습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람은 세례자 요한처럼 빛을 증언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자신 안에 영원한 생명이 들어왔음을 증명됩니다.

이것이 로고스 찬가의 요약입니다. 그런데 빛의 자녀가 되기 위해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은 그분이 빛이시고 나는 어둠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내 안에 빛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믿는 이는 빛을 받아들일 이유를 잃게 됩니다. 그분이 오시기 전까지는 완전히 어둠에 속해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만약 파라오가 모세를 받아들임이 자신에게 그러한 재앙이 될 줄 알았다면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껏 키워놓고 모세에게 당합니다. 모세는 빛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라오가 먹었을 때 그가 어둠임이 밝혀졌습니다. 모세의 10가지의 재앙은 파라오가 빛이 아니고 어둠임을 깨닫게 했습니다. 이는 파라오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믿게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자신이 어둠임을 알려면 빛인 줄 모르고 먹었다가 낭패를 보게 만드는 빛의 재앙이 필요합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빚 독촉에 시달리며 구타를 당하는 어머니를 구하려다 사람을 살해한 21살 이지안이란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지안은 정당방위로 무죄를 선고받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광일로부터 빚 독촉을 받습니다. 이광일은 이지안이 죽인 남자의 아들입니다. 빚이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를 죽인 원수에 대한 미움 때문에 무조건 지안이를 괴롭히는 남자인 것입니다. 지안이나 광일이나 두 사람 다 후회와 증오의 어둠에서 살아갑니다.
이때 박동훈이란 대기업 만년 부장이 등장합니다. 지안이만 불쌍한 것이 아니라 후배에게 밀려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붙어살아야만 하는 박 부장도 불쌍한 인간입니다. 아내가 자신을 앞질러 대표이사가 된 도준영과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면서도 참아내야 하는 불쌍한 중생입니다. 그러나 박동훈은 힘든 처지에서도 늙은 어머니를 보필하는 지안이란 청년을 착하게 보아줍니다. 박동훈을 이용하려 했던 지안은 점점 그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세상에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둠 속에서 살아왔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에 문을 엽니다. 자신이 피해자인 줄 알았는데, 자신이 빛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어둠의 편에서 일하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지안이의 원수인 이광일도 빛을 받아들인 지안이를 먹고는 탈이 납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먹었던 그 캡슐로 된 약 안에 빛과 사랑이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광일은 어느 날 자신의 어렸을 때의 관계를 기억하는 지안이의 이런 말을 듣습니다.
“착했던 애예요. 걔네 아버지가 나 때리면 말리다가 대신 맞고…. 걘 날 좋아했던 기억 때문에 괴롭고, 난 걔가 착했던 기억 때문에 괴롭고. 미안해, 광일아.”
광일은 지안이가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서 자신에게 당해준 것 때문에 눈물을 흘립니다. 자신이 어둠임을 지안이를 통해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온통 드라마가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이 괴롭히던 사람들이 지녔던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치유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치유되었을 때 또 누군가에게 빛의 증거자가 됩니다. 광일도 원수 같은 지안과 박동훈을 돕기로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자신 안에 있는 상처가 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빛의 모습으로 가 사람 속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어둠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아이에게 쓴 약을 먹이기 위해 달콤한 젤라틴으로 만든 캡슐을 먹이는 것과 같습니다. 그 속에는 감당할 수 없는 쓴맛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는 달콤한 젤라틴을 먹는 줄 알지만 그것이 안에 들어가면 병을 죽이는 쓴 약이 됩니다.
빛은 사랑이고 그 빛을 증언하는 이는 사랑이 담긴 캡슐입니다. 그 캡슐을 먹으면 그 안에서 사랑이 미움을 보게 만듭니다. 빛을 받아들이면 사랑을 품은 달콤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둠을 죽이고 빛의 증거자가 되게 만드는 캡슐로 된 사랑의 약이 됩니다. 하느님을 안다는 말은 달콤 쌉쌀한 알약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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